조각글 03

SJ 2011. 11. 8. 14:50



03.


저놈의 화상을 어찌할꼬....그 까진 여시만큼은 절대 사귀지 말라고 그리 말했건만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라며 나한테 미친듯이 화를 내고는 절교니 뭐니하고 가버린 지 어언 두 달, 그 두 달 만에 깨졌다고 술이 떡이 된 채 자신의 앞에 서 있던게 바로 몇일 전이였다. 그리 좋아했었는데 양다리였다고 나보고 그냥 심심풀이였다고 말하더라며 자신을 붙잡으며 펑펑 울고 있는데도 머릿 속에선 어떤 위로의 말도 떠오르진 않았다. 그저 "불쌍한 자식, 그리  내 말 안듣더니..."란 말밖엔 할 수 없었다. 사실 자신이 좋아하는 이가 제 앞에 저리도 서럽게 우는데도 불구하고 슬프거나 안타깝다는 느낌보단 제 말 안듣고 절교한다니 뭐니하곤 그 여시편들면서 가 버린 순간부터 제대로 배알이 꼬였는데 저리 펑펑우니 꼬시다는 감정과 더불어 역시 널 거둘 놈은 나밖에 없다는 묘한 기쁨, 그리고 헤어지자마자 바로 자신에게 찾아오는 대견함이란 복합적인 감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배신이니 뭐니하면서 우는 은혁을 데리고 역시 실연엔 술이 최고라는 핑계로 그녀를 잊기위해-를 가장한 동해가 주체가 된 경☆은혁 실연파티☆축- 몇 일째 은혁과 함께 술독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었다. 끊이지않고 계속 이어진 술자리에 몸도 마음도 지갑도 점점 얇아져가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지지만 동해는 이렇게라도 그 여시를 빨리 잊게 만들고 싶었다. 사실 그보다 더 깊은 본심은 고 년이랑 붙어먹으면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알아내는 것과 자신을 생각하는 건 역시 나밖에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겠다는 것이였다. 그렇지만 그닥 술이 쎄지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닌 은혁의 체력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두 달 내내 그 년이랑 논 벌이라고 생각하고 돈은 정 안되면 다른 형들까지 꼬셔서 실연했으니 술을 사달라고 생각하고 채워넣은 스케쥴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이 계획에있어서 동해의 의지는 확고했었다. 그렇게 오늘도 말술을 먹을 계획으로 미리 편의점에 들려 제 것과 은혁용으로 여명808을 사들고는 은혁의 집으로 갔더니......이건 모다?!!


방 안은 너구리 소굴이라도 되듯이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있었고 그 중심엔 담배를 몇 보루나 사놓고 미친듯이 뻑뻑 피워대는 은혁이 있었다. 평소 담배를 피지 않는 녀석이였기에 이 연기들도, 저 많은 담배들도 당연히 이해불가였다. 그래도 그 사이에 든 생각이 담배의 담자도 모르는 녀석이 사놓은게 바로 자신이 자주 피는 담배 메이커라는 것에 저녀석에게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있다는 생각에 조금 흐뭇하기도 하다.


"...............너 뭐하냐?"
"담배피고 죽을꺼다."
".....................뭐?"
"담배 미친듯이 피고 페암으로 죽어버릴꺼야."


.......정정한다. 저 빌어먹을 화상은 정말 대책이 안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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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걸로 좀 써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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